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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통사 복원, 이것은 만남의 역사였다 -무원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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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07-28 09:15 조회72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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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불사 영통사 낙성식에서 조국통일기원 공동발원문을 낭독하던 무원스님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도 우렁찼다. 2년여 동안 개성과 평양, 베이징을 오가며 통일불사의 완성을 위해 종횡무진 달려온 무원스님의 노고가 그대로 오관산 자락을 울리는 순간이었다.
북으로부터의 첫 연락을 받은 것이 2000년이니, 영통사 복원과 인연을 맺은 것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개성 영통사와의 인연의 시간.
북측과의 대화와 협상, 애환과 민족애를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겪은 무원스님은 영통사 복원지원을 ‘대북사업의 성공’이라는 말보다는 ‘만남의 역사가 준 정情’이라는 말로 복원의 의의를 표현했다.

무원스님과 개성 영통사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2000년 처음 총무국장시절 영통사 복원지원에 대한 연락을 받았고, 이후 전원덕 총무원장스님과 총무원 긴급회의를 통해 박덕수 총무부장 스님을 대표로한 사전답사팀을 꾸려 13명의 인원이 처음으로 개성 영통사를 방문하였습니다.
당시 저는 사전답사팀에 속해있진 않았지만, 이후 우리 종단의 사회부장직을 맡게 되면서 영통사와 인연을 맺고 적극적으로 일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처음 영통사를 방문한 것은 실질적인 지원이 이루어진 1차 기와지원 때였는데, 개성시내를 지나 오관산 자락에 접어드니 어찌나 긴장되고 흥분되던지... 그런데 그 길이 참 이상해요. 복원 지원을 시작하면서 같은 길을 수십 번 오갔는데, 저 멀리 영통사가 내려다보이는 언덕길에 오르면 언제나 마음이 훈훈해지더라구요. 인연의 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굽이굽이 펼쳐진 길을 따라 처음으로 영통사에 이르렀을 때, 우리 천태종의 깊은 인연이 담긴 성지에 도착한 느낌, 지금도 그 감회는 이루 말할 수 없죠.”



북한은 당시 굉장히 어려운 사회상을 겪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도 영통사 복원을 시작하였네요?



“당시 북한은 고난의 행군시대라 하여 굶주림이 많았던 때였죠. 이 고난의 시기를 민족사업으로 극복해보자는 것이 가장 큰 취지였던 것 같습니다. 개성을 국제관광지로 만들어 다시 한번 일어나고자 하는 원대한 포부가 영통사 복원을 시작하게 했다고 할 수 있죠.


그러나 시작은 무척 희망적이었지만, 그 현실은 어려움이 많았겠죠. 복원을 하는데 굉장히 많은 돈이 들어가고, 그것을 충당할 여건은 못 되고... 그래서 우리 천태종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한 것이죠.”



지원 작업이 늘 쉽게 풀리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요.



“되돌아 생각해보면 의외로 술술 진행이 된 것도 많았고, 안 되도 이렇게 안 되나 싶었던 것도 많았습니다. 지원을 결정하고 기와를 실어 날라야하는데, 북측에서 육로가 아닌 해로를 이용하라는 겁니다. 배로 운반하면 옮기는 과정에 기와장이 깨질 우려도 크고, 무엇보다 시원하게 뚫린 경의선 육로가 있는데, 우리 땅을 밟고 가야지 왜 배를 타고 돌아갑니까?
그래서 우리는 절대 해로로는 못가겠다고 북측에 통보를 했죠. 얼마 후 북측 담당자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보고를 올려, 천태종만은 영통사 복원자재를 싣고 경의선 육로를 통해 들어오라는 허락을 받아냈죠. 그렇게 하여 육로로 남북을 넘어가는 역사적인 민간교류가 이루어졌죠.”



“영통사 복원을 위해 북측에서 도와달라고 하는 것은 대부분 긍정적으로 검토하여 도와주려 애썼는데, 저뿐만 아니라 우리 실무를 담당했던 모든 사람들이 4차 지원을 가장 힘들게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트럭 가득 기와도 실어놓고 지금 당장이라고 떠날 수 있게 단단히 채비를 하고 있었는데, 출발 전날, 내일 아침에 출발한다면 바로 전날 저녁 8시에 전화가 온 겁니다.
내부에 사정이 생겼으니 들어오지 말라는 겁니다.
총무원장스님의 실망도 매우 크셨고, 개성으로 떠나는 지원팀을 위한 환송행사에 참여하고자 전국에서 올라온 신도들은 또 어찌 합니까. 트럭 가득 올린 기와는요.
운임비는 운임비 대로 줘야하고, 기와는 트럭을 오르내리며 깨져나가고...
그런 일을 4차 때는 꼬박 네 번 반복했습니다.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중간에 베이징에서 만남을 갖고, 당시 형님아우 하며 친분이 두터워진 북측 담당자와 각서까지 써가며 일을 마무리 지었지요.”



지원 사업이 16차까지 이어졌는데, 함께 일한 북측 관계자 중 기억에 남는 분이 계신가요?



“북측의 실무진인 김성철 부장과 최경철 과장이 가장 기억에 남죠. 개성 영통사 복원을 성공적으로 이뤄내 남북통일의 초석을 마련하자며 의형제도 맺었습니다.
나이순으로 김성철 부장이 첫째, 내가 둘째, 최경철 과장이 셋째.
일이 모두 마무리된 지금도 참 많이 그리운 사람들인데, 기도하는 마음으로 언젠가 또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산 속의 못난 소나무가 산을 지킨다고 하지 않습니까? 없는 사람들이 자비심이 더 많죠. 북한 사람들 보면 부모님 공경하는 마음이 매우 높습니다. 작업 중에 제공한 초코파이를 주머니에 넣어 평양에 계신 부모님에게 갖다드리더라구요.
인간애도 느껴지고, 나 자신을 뒤돌아보며 나 역시 인간의 마음을 갖고 살고 있는가...
내가 진심을 다하여 도와주고 있는 것인가를 되돌아보게 했던 사람들이죠.”



북한의 불교문화는 어떠한가요?



“불교의식이 많이 정리가 안 돼 있죠. 낙성식 할 때도 목탁 두드리는 요령부터 가르쳐줬으니까요. 이번 낙성 덕분에 불상 점안하는 법, 조성하는 법, 또 낙성식하는 법 등 많은 부분을 경험하고 익히게 되었을 겁니다.
거의 불교라는 종교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어서 2004년에 초파일 행사와 다례재를 북에서 지냈는데, 영통사를 밝힌 연등은 북한에서 연등이 밝혀졌다는 것만으로 매우 역사적인 일이었습니다.
이건 불교문화하고는 조금 다른 얘기지만, 이번에 영통사 불사를 하면서 겪었던 어려움 중에 하나가 북측이 쓰는 용어와 우리가 쓰는 용어가 많이 달라서 애를 먹었어요. 우리가 쓰는 용어를 북에서 잘 못 알아듣고, 우리는 그들의 용어를 못 알아듣고. 그나마 제가 절을 13개 정도 지어본 경험이 있어서, 건축용어를 조금 알다보니까 어림짐작하여 이해했던 것도 참 많았습니다.”



어려운 대북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이었나요?



“일이 매사 그렇습니다. 일 이전에 사람과 사람을 잇는 마음의 만남이고, 그 마음 안에 정이라는 것이 깃들어 있고, 그 정이 묻어나는 것에는 어떠한 힘든 일도 해낼 수 있는 또 다른 힘이 생겨납니다. 이것이 만남의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고와 철학을 가지고 여러 사람들을 만났고, 그 사람들 역시 일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한민족으로서 함께 정을 나누는 것을 소중히 여기고 정에 인색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서로 정으로써 배신하지 않고, 의리를 지키고, 이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 서로 기도하고...
그러는 와중에서 서로 힘들고 어려웠지만 이해하려 노력하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했던 모든 것들이 잘 통하여 일이 잘 마무리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 한국 천태종이 처음 개창되었던 ‘국청사’의 복원도 계획하고 있으시다구요?



“국청사는 우리 종단에 있어 아주 중요한 사찰이죠. 영통사 복원 초반부터 국청사에 대해 많이 물어봤는데, 처음에는 국청사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지 않더라구요. 나중에 알고 보니 알려주지 않은 것이 아니라 본인들도 국청사에 대해서 몰랐었더라구요.
그나마 알고 있다는 지식이 ‘국청사는 의천대각국사의 어머니인 인예태후가 살던 절이다’라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국청사는 의천대각국사의 어머니가 살던 절이라기보다는 의천대각국사께서 천태종을 처음 강의하시고, 선포를 한 매우 의미가 있는 사찰이라고 설명해주고, 우리 천태종에 있어 매우 중요한 사찰이니 국청사를 꼭 복원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전했죠.
북측에서도 뒤늦게 많은 관심을 갖고 조사를 시작한 것 같더라구요. 국청사는 개성에서 서남방향에 있는데, 군사지역이라서 지금 갈 수가 없고, 북한 학자들 얘기를 들어보니, 사적지만 남아있고, 탑만 몇 개 남아있다더군요. 국청사도 꼭 우리 천태의 힘으로 복원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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